벌써 2026년이다.
원래 회고를 잘 안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25년은 의미 깊은 날들이 많았어서 한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일단 잘한 점 3가지를 꼽아보았다.
1. 머리 변경
2. 취업!
3. 일기 꾸준히 쓰기
우선 머리를 가르마펌으로 바꾸었는데, 인생에서 제일 잘 한 결정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ㅎㅎ
내가 원래 머리를 덮고 투블럭으로만 했었는데... 머리를 바꾸는 계기가 된 사건이 하나 있었다.
1월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데 사장님께서 나보고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중학생인 줄 알았다고 하시는 거다.
항상.... 듣는 말이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때 문득 나이 27살 먹고 중학생 소리를 듣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변에 나이 들어 보이는 법을 물어보고 다녔고, 머리를 까자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는 펌까지는 부담스러워서.. 어떻게든 도구들로 해보려 했는데 이눔의 자기주장 강한 쌩직모 머리는 들을 생각을 안 했다. 그때 부트캠프에서 막 친해지기 시작한 ㅁㅊ이가 울집 근처 회사에서 면접보고 울집까지 와서 스타일링을 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슥슥 몇 번 하더니 완성되었다.. 대박

참고로 ㅁㅊ이는 그 회사에 합격하여 인턴을 하고 현재는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재직중이고
나는 머리를 깠음에도 여전히 중학생이냐는 소리를 듣고 다닌다. ㅠㅠ

다음은 취업.
큰 곳에 취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회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우선 사람들이 너무 다 좋다. 다들 친절하니 열심히라서 일이 재밌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돈을 번다는 사실.
내가 소득세를 내다니 ㅋㅋㅋ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반년 간 열심히 굴렀더니 기술이사님께 인정을 받아서 올해부터는 회사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최소 트래픽 200 TPS, 피크 때는 2000도 찍는 울 회사 캐시카우....
이제 장애내면 초단위 매출손실 감당해야 된다 ㅠㅠㅠ
마지막으로 일기 덕분에 이 회고가 존재했을 정도로 아주 가치가 크다.
사실 일기는 내 인생 전체에서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다만 쓰다가 얼마 안 가 포기한 게 대부분이었다..
우선 공책이라는 물리적인 매체에 적다 보니 내 생각을 손이 못 따라가는 게 컸고, 또 나는 일기를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마냥 몇 시에 뭐 했다. 몇 시에 뭐 했다. 식의 사실중심 일기를 써와서 한 번 일기를 적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다가... 2년 전 한 지인의 추천으로 노션에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받았는데, 사실 중심 말고 감정 중심의 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그땐 일단 했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굉장했고? 습관이 되어서 이제는 틈틈이 쓰게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사실 아직도 내 감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훈련을 하니 많이 늘었다. 또 요즘은 적은 일기를 지피티 돌려서 내가 미쳐 놓치고 있던 감정들을 알려달라 하면서 나를 더 이해하려 한다.. ㅋㅋㅋ
이렇게 하다 보니 뭔가 더 F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확히는 이성과 감성을 모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를 쓰면서 내가 겪은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어떤 생각들을 했고, 그로 인해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정리하다 보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타인도 이런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꼈겠지? 하면서 공감이 되어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매일 쓰지는 않고, 하루가 인상 깊을 때마다 적고 있고, 키워드로 그날 느낀 감정을 키워드로 해시태그 달아두고 있다 ㅋㅋ
하지만 올해 매일매일이 너무 스펙타클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쓰고 있다....
또 일기를 쓰면서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그저 흘러가는 생각으로 휘발될 수 있었던 것이 활자로 남아서 두고두고 읽히니 과거의 나와 연결되는 느낌.
일기 쓸 때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첨부하면 추억회상 때 감정이 더 배가 된다.
또 나는 유명한 기록쟁이다...
나는 특히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서.. 수능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구글 캘린더에 내 일정을 전부 기록해오고 있다.
젊을 때는 자는 시간까지 기록했었는데, 요즘은 그것까지는 무의미한 데이터라 판단해서 특별히 알아두어야 할 일정만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일기 + 사진 + 캘린더로 내 과거를 남겨놓으니 과거를 돌아볼 때 내가 몇 월 며칠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어서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습관이 잡혀서 기록하는게 귀찮지도 않고.
지인 형과 함께 사업을 도운 적이 있다. 이후 외주를 물고 오면서 수익분배 관련해서 처음 내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원래라면 나는 기획/설계/프론트/백엔드/인프라까지 전부 다 할 줄 아니 이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추상적으로 생각했지만, 대표형은 내가 어떤 작업들을 하고, 각 작업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며, 내 시급은 어느 정도인 것 같으니 이 정도의 수익을 분배받아야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 말에는 근거가 없구나. 나는 내 가치를 몰랐구나.
그 뒤로 내 연봉의 시급을 계산해보고, 내가 하는 일의 작업 시간을 측정해보며 내가 얼마 만큼의 리턴을 받아야 하는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해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내가 하는 업무가 어떤 임팩트가 있는지를 고려하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nkc8tVCxZKM&t=757s
링크 타면 시간 링크를 걸어두었는데, 한 1분 길이 정도 봐주면 좋겠다
내게 꽤 큰 울림이 있던 말이었다.
원소윤님이 말하는 다정함에는 발산하는 다정함과 수렴하는 다정함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앞에서 챙겨주는 발산하는 다정함도 있지만, 수렴하는 다정함도 있는 것 같다.
곁에서 지켜주고 함구하며 기다리는 그런 다정함.
듣고 머리가 띵 했다. 이런 류의 개념을 지금껏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어서.
나는 수렴하는 다정함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다.
지인의 비밀을 함구하고, 호불호를 기억해 챙겨주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왔다.
타인이 그렇게 안 느꼈다면 음.. 어쩔 수 없지만...
종종 만나면 삶의 낙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ㅇㄹ이라는 친구가 있다.
덕분에 내 삶의 낙이 무엇을까? 계속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다 한 7월쯤 어렴풋이 깨달은게 있다. 일상 속에서 여유가지고 행동하기.
출근길에 사람들은 지금 오는 지하철 타려고 뛰어갈 때 나는 ‘먼저 가세요~ 전 나중에 가렵니다~’ 생각하면서 옆으로 비켜주면서 천천히 걷기.
퇴근길에 사람들은 몇 초 안 남은 횡단보도 건너려고 뛰어갈 때 나는 옆길로 비켜 걸으며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 보거나 비행기 구경하기.
비가 오는 날에 어떻게든 안 맞으려고 우산으로 꽁꽁 싸매기 보다, 좀 맞더라도 우산을 조금 들어 올려서 내리는 비 구경하면서 우중충한 하늘 바라보기.
꽤나 소소한 것들인데 이런 작은 것에서 은은히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월드 IT쇼에 ㅂㅈ이형이랑 다녀왔다가 화재로 대피를 했다. 생애 첫 화재사고 경험담...
오전에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통로 반대편의 아주머니께서 불이야~하며 장난스런 말투로 지나가길래, 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길 뚫으려고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안내 방송으로 화재가 났다고 해서 대피했다. ㅋㅋ
나가서 점심 먹고 카페에 있다보니 재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다시 들어갔다. 3층 전시장에 가니 연기 냄새가 그윽했지만.. 일단 다녔다 ㅋ

삼성 부스가 제일 재미있었다. 갤럭시 AI가 문장으로 이모지를 만들어주었는데 코딩하는 다람쥐를 만들어 디스플레이에 슬쩍 공개해두고 도망쳤다 ㅋ